HD현대중공업이 2023년부터 울산 조선소에 도입한 로봇 용접 라인이 2년차를 맞이했다. 생산성은 올랐을까? 인건비는 줄었을까? 숙련공 부족 문제는 해결됐을까? 공개 데이터와 현장 인터뷰를 기반으로 실제 효과를 검증한다.

목차

    HD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의 로봇 용접 라인이 선체 블록을 자동 용접 중인 장면

    HD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 로봇 용접 라인 (이미지는 참고용 — 실제 현장 사진 교체 필요)

    숙련공 평균 연령 52세, 신규 유입은 마이너스

    한국 조선업의 가장 시급한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다. 2024년 기준 거제·울산 조선소 용접 기능직의 평균 연령은 52.3세. 20대 신규 입사자는 연간 200명 미만이고, 이 중 1년 내 이탈률이 약 40%에 달한다. 조선소 현장은 '일할 사람이 없다'는 게 상수다.

    이 구조적 문제가 로봇 용접 도입의 직접적 동기가 됐다. HD현대중공업은 2023년 초, 울산 조선소 블록 야드에 로봇 용접 라인 8개를 시범 설치했다. 삼성중공업도 같은 해 거제 조선소에 유사한 시스템을 도입했다. 한화오션은 2024년 옥포 조선소에 디지털 트윈 기반 공정 관리 시스템을 시범 운영하기 시작했다.

    2년이 지났다. 결과는 어땠을까.

    생산성: 분명한 향상, 하지만 기대만큼은 아니다

    HD현대중공업의 2025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로봇 용접 라인 도입 후 블록 당 용접 소요 시간이 평균 18% 단축됐다. 이는 숙련공 수작업 대비 수치다. 재작업률(re-work rate)도 12%에서 4.5%로 떨어졌다. 로봇은 fatigue(피로)가 없으니까 품질 편차가 좁아진 셈이다.

    그런데 전체 블록 생산량 기준으로 보면, 생산성 향상 폭은 약 8%에 그쳤다. 왜일까. 로봇 용접 라인이 처리할 수 있는 블록 종류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복잡한 곡면 블록이나 배관 집약 구역은 여전히 숙련공의 수작업이 필요하다. 로봇이 처리하는 건 전체 용접 작업량의 약 35% 수준이다.

    로봇 용접 라인 도입 전후 비교 (HD현대중공업 울산, 2023 vs 2025)
    지표도입 전 (2022)도입 후 (2025)변화
    블록 당 용접 소요 시간기준 10082-18%
    재작업률12%4.5%-7.5%p
    전체 블록 생산량기준 100108+8%
    용접 인력 수~2,800명~2,400명-14%
    로봇 커버리지 (전체 용접 대비)0%~35%+35%p

    인건비: 줄었지만, 다른 비용이 늘었다

    용접 인력은 2022년 약 2800명에서 2025년 약 2400명으로 14% 감소했다. 인건비로 환산하면 연간 약 240억 원 절감 효과다. 그런데 로봇 용접 라인의 도입 비용(장비 구매, 설치, 소프트웨어, 유지보수)이 총 약 1800억 원이었다. 감가상각비를 10년으로 잡으면 연간 180억 원. 순수 인건비 절감 효과는 연간 약 60억 원 수준이다.

    게다가 로봇 운영·유지보수 인력이 새로 필요해졌다. 기존 용접공을 재교육하는 데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종합하면, 단기 ROI(투자 대비 수익)는 기대보다 보수적이다. 5~7년 후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구조.

    조선소 내부에서 디지털 트윈 모니터를 확인하는 엔지니어

    디지털 트윈 기반 공정 모니터링 시스템. 실시간으로 블록 진행 상황을 추적합니다.

    디지털 트윈: 삼성중공업의 다른 접근

    삼성중공업은 로봇 용접보다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에 먼저 베팅했다. 2023년부터 거제 조선소 전체를 3D 모델링하고, 각 블록의 진행 상황·자원 소모·공정 병목을 실시간으로 시뮬레이션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디지털 트윈의 효과는 '예측'에 있다. 가령 A 블록의 용접이 예상보다 2일 지연되면, 이후 탑재 순서가 어떻게 밀리고, 도크 가동 일정이 얼마나 변동하는지를 자동으로 계산한다. 과거에는 현장 관리자 3~4명이 엑셀로 하던 작업을 시스템이 대체한 셈이다.

    삼성중공업에 따르면, 디지털 트윈 도입 후 도크 회전 주기가 평균 1.5개월 단축됐다. 로봇 용접의 물리적 생산성 향상과는 다른 축의 효율화다. 두 기술을 결합했을 때 시너지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지만, 아직 통합 단계는 아니다.

    자율 운항(MASS): 아직 먼 이야기

    조선소 내부 자동화와 별개로, 선박 자체의 자율 운항(MASS, Maritime Autonomous Surface Ships) 기술도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아직 멀다.

    가장 큰 장벽은 기술이 아니라 법이다. 국제해상충돌예방규칙(COLREG)은 '선장이 시각·청각으로 주변을 감시할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무인 선박에게는 이 조항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 IMO는 2025년부터 MASS 규제 프레임워크를 논의 중이지만, 국제 합의까지는 최소 3~5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는 현대중공업과 한국선급(KR)이 공동으로 연안 자율 운항 시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2024년 울산-부산 구간에서 원격 조종 시범 운항을 성공적으로 마쳤지만, 완전 무인 운항은 아직 시범 단계에도 진입하지 못했다.

    결론: 로봇은 도구, 답은 아니다

    2년간의 데이터를 보면, 로봇 용접은 분명히 효과가 있다. 품질 편차가 줄고, 특정 공정의 속도가 올랐다. 하지만 '인건비 절감'이라는 측면에서는 투자비 회수에 5~7년이 걸리는 구조이고, 전체 생산성 향상 폭은 8% 수준에 그쳤다.

    진짜 과제는 로봇이 아니라 '사람'이다. 조선소가 로봇을 도입한 건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일할 사람이 없어서다. 이 구조적 문제는 로봇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직업 훈련 체계 개편, 외국인 기능직 도입 확대, 작업 환경 개선 등 병행 조치가 필요하다.

    조선소의 자동화는 시작됐다. 하지만 아직 '스마트 야드'라는 이름에 걸맞은 수준은 아니다. 로봇이 35%의 용접을 처리하고, 디지털 트윈이 공정을 예측하는 단계. 나머지 65%는 여전히 사람의 손에 달려 있다.

    Harper Thomas 프로필 사진

    Harper Thomas

    LZS 해양중공업 연구센터 설립자 겸 선임 연구원.

    참고 자료

    1. HD현대중공업 2024년 사업보고서 — 스마트 야드 투자 내역 및 생산성 데이터
    2. IMO — MASS 규제 프레임워크
    3. 삼성중공업 2024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 — 디지털 트윈 도입 현황
    4. Wikipedia — Digital twin — 디지털 트윈 개념 및 산업 적용 사례